
액션 영화를 169분 동안 단 한 번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근데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그 질문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루한 게 문제가 아니라, 숨 쉬는 타이밍을 놓쳤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존 윅 챕터 4는 개봉 첫 주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1억 3,7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제작비 9,000만 달러를 단번에 회수한 작품입니다. 수치만 봐도 이미 답은 나와 있지만, 저는 그 숫자보다 극장 좌석에서 앞으로 몸이 쏠렸던 순간이 더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숫자보다 기억에 남은 것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비평가와 관객 양쪽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IMDb 평점과 메타스코어 역시 시리즈 역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시네마스코어에서도 높은 등급을 받았고, 첫 주에 이미 제작비를 회수하며 프랜차이즈로서의 생명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저는 1편을 우연히 보다가 빠져들었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세상을 뒤집는다는 설정이 처음엔 황당했는데, 그 황당함이 끝날 때쯤엔 이미 2편을 검색하고 있었습니다. 2편, 3편을 연달아 본 뒤 챕터 4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심으로 기다렸습니다. 16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알고도 망설임 없이 앉았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들은 진짜 처음 봤습니다
챕터 4에서는 방탄 슈트 설정 때문에 총만으로는 상대를 쓰러뜨릴 수 없어서, 유도와 주짓수로 먼저 제압한 뒤 총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게 이 시리즈 특유의 전투 방식인데, 4편에서 가장 완성된 형태로 나왔습니다.
견자단이 연기하는 케인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을 액션에 녹여내는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일본 고전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케인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파리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드래곤 브레스탄은 마그네슘 소재의 특수 탄환으로, 발사 시 불꽃이 분출되는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된 실탄입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이 탄이 발사될 때의 조명 효과는 연출 의도와 맞물려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사운드 믹싱도 인상적이었는데, 검은 고음, 육탄전은 중음, 총격은 저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귀로 먼저 장면의 질감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총소리가 날 때 극장 좌석이 살짝 진동했던 건 이 시리즈 통틀어 처음이었습니다.
챕터 4의 로케이션별 액션 스타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요르단: 마상 총격전 중심의 와이드 스케일 액션
- 오사카: 검, 화살, 쌍절곤과 총을 혼합한 근접 전투
- 베를린: 도끼를 활용한 타격과 추격이 결합된 밀실형 전투
- 파리: 개선문 카체이스, 드래곤 브레스 실내 전투, 사크레쾨르 계단 롱테이크 세 개의 시퀀스로 구성된 총 1시간 분량의 하이라이트
특히 개선문 앞 220도 드리프트 장면에서 존 윅이 공중에 뜬 채 총을 쏘는 컷은,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찍은 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액션 영화를 꽤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구도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오르는 계단 시퀀스.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 존 윅이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끊지 않고 담은 그 장면은, 끝나고 나서야 제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화 역사에 남을 롱테이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쉬웠던 부분도 솔직하게
챕터 4는 하이 테이블의 실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오사카 컨티넨탈이 무대가 되는데, 등장하는 지하철과 역이 실제 일본과 거리가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미국 영화가 일본을 소비하는 방식은 이제 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빌런인 그라몽 후작은 야욕적인 설정 자체는 납득이 됐지만, 인물 자체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강하게 남지 않았습니다. 2편의 산티노, 3편의 제로와 비교하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적었고, 빌런이 약하면 주인공의 싸움도 절반은 힘이 빠지는 법이라 중반부 내내 그 아쉬움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라몽이 더 입체적으로 설계됐다면, 파리 시퀀스의 감동이 한 층 더 올라갔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챕터 4의 존 윅은 시리즈에서 가장 쓸쓸한 버전이었습니다. 1편의 분노, 2편의 절박함, 3편의 생존 의지를 지나, 4편의 존 윅은 지쳐있지만 멈출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의 대사가 103줄, 380단어에 불과하다는 수치가 이를 증명합니다. 말이 줄어든 만큼 눈빛에 모든 걸 담았고, 그게 전편을 본 사람에게는 훨씬 깊이 박혔습니다. 극장에서 같이 간 친구는 1편만 봤는데, 영화 끝나고 저만큼 먹먹하지 않더라고요. 시리즈를 따라온 사람에게만 전달되는 감정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채드 스타헬스키는 각 도시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특히 파리 시퀀스의 새벽빛과 계단 조명은 그 자체로 그림 같았습니다. 이 작품은 순수한 시각 언어로도 평가받을 만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5편은 어떻게 될까요
챕터 4의 결말을 보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원래 5편까지 일괄 촬영 계획이 있었지만, 200일 연속 촬영이 배우와 스태프에게 가할 부담 때문에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포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5편은 계획대로 제작이 진행됩니다. 챕터 4의 흥행 결과가 이미 그 방향을 확정 지은 셈입니다.
스핀오프 라인업도 구체화되어 있습니다. 윈스턴과 샤론의 과거를 다룬 드라마 더 컨티넨탈은 회당 90분, 총 3회 분량으로 공개 예정이며, 아나 디 아르마스 주연의 발레리나는 존 윅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