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편이 원작보다 재밌었던 적이 얼마나 있으셨습니까? 저는 설 연휴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넷플릭스에서 히트맨2를 발견했습니다. 야식 치킨을 시켜놓고 별생각 없이 틀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치킨이 더 맛있었습니다. 1편을 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그 낙차가 조금 크게 느껴졌습니다.
야식 먹다 두 번 멈춘 영화, 그래도 따라갈 수 있었던 이유
히트맨2는 2025년 1월 22일 설 연휴를 겨냥해 극장 개봉한 권상우 주연의 액션 코미디입니다. 1편이 2020년 코로나 시기에 247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던 작품이니, 속편이 나오는 건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저는 극장을 놓쳤고, 한참 뒤에 넷플릭스 상단에 올라온 걸 보고 평일 저녁에 틀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치킨을 뜯다가 한 번 멈추고, 핸드폰으로 다른 일을 처리하다 또 한 번 멈췄는데,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내가 어디까지 봤더라" 하고 헷갈리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흐름 자체가 워낙 단순해서 어떤 장면에서 시작해도 맥락을 바로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칭찬인지 비판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후자 쪽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구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직 암살요원 준(권상우)은 1편에서 자신의 과거를 소재로 웹툰을 그려 히트 작가가 됩니다. 2편에서는 시즌2 연재에 돌입했지만 소재가 바닥나면서 뇌절 작가로 전락하고, 그 유명세 때문에 해외의 원한 세력들이 줄줄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국정원의 정준호와 이이경이 다시 합류해 악당들을 상대하는 구조입니다. 도입부의 댓글창 악플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고, 권상우 특유의 능청스러운 가장 연기는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1편에는 분명히 있었던 것이 2편에는 없었습니다.
코미디 코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남는 게 없는 영화
코미디 영화의 핵심은 결국 개그 타이밍입니다. 웃음이 터질 수 있도록 상황과 대사, 표정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말이죠. 제가 그때 느낀 건, 히트맨2는 이 타이밍이 번번이 빗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웃으라고 만든 장면인데 극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후기를 여럿 보았고, 저도 넷플릭스로 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1편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1편의 전반부는 전직 암살요원이 신분을 새롭게 세탁하고 웹툰 작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설정 자체가 웃기고 신선했고, 와이프에게 바가지를 긁히고 딸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에서 공감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2편은 그 과정이 통째로 생략됩니다. 대신 전반부 약 한 시간을 등장인물들의 일상 개그로 채우는데, 이것이 너무 지루했습니다.
권상우가 소화하는 액션 장면 일부에서 과장된 몸 개그와 물리적 충돌을 활용한 슬랩스틱 요소가 나오는데 이 부분만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 대사 개그들은 솔직히 시대에서 한 발짝 뒤처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히트맨2가 활용하는 코미디 문법과 현재 관객 사이의 간극이 꽤 넓어 보였습니다.
1편과 2편의 차이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편은 신분 세탁이라는 신선한 설정이 전반부를 이끌었고, 정체가 탄로 나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2편은 이미 정체가 알려진 상황에서 출발하다 보니, 전반부를 이끌 신선한 동력이 없어요. 일상 개그로 채우긴 하지만 웃음이 터지지 않아서 지루함만 쌓입니다. 정준호의 개그 톤도 마찬가지입니다. 1편에서는 말투와 리액션이 독특하게 살아 있어서 가장 인상에 남았는데, 2편에서는 정준호와 이이경 콤비 케미가 나쁘진 않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영화 본편과 따로 노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코미디 영화에서 개그가 작동하지 않으면 다른 걸 찾게 됩니다. 개연성을 따지게 되고, 연기를 따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애초에 개연성을 포기한 장르입니다. 개연성을 따지는 게 우스운 영화가 개그마저 빠지면 남는 게 없어지는 구조입니다.
권상우 액션만큼은 솔직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칭찬하고 싶었던 건 권상우의 액션 연기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신체 능력이 잘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몸을 사리지 않고 슬랩스틱 액션을 소화해 냅니다. 특히 좁은 실내 공간에서 가구를 활용해 격투를 벌이는 장면의 동선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무겁고 진중한 할리우드 식 액션이 아니라, 전성기 성룡 영화를 연상시키는 가볍고 능청스러운 퍼포먼스입니다.
또 하나 의외로 눈에 들어온 건 영화 안에 삽입되는 웹툰 장면의 애니메이션 퀄리티였습니다. 히트맨 시리즈는 주인공이 웹툰 작가라는 설정 덕분에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교차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의 작화 수준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히트맨이라는 소재로 차라리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까지 했습니다.
한지은이 합류한 것도 소소한 볼거리입니다.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멜로가 체질> 등에 출연했던 한지은이 이번 작품에서 정준호, 이이경과 얽히는 구조로 등장합니다. 연기의 비중이 크진 않지만 화면에 있는 것만으로 시각적으로 환기 효과가 있었습니다.
1편이 코로나 여파로 전반적인 극장 관객이 급감했던 시기에 247만 명을 동원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시기에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나름 선방한 수치입니다. 히트맨2가 이 성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웃음의 밀도를 훨씬 높이거나, 전혀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시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국 코미디 영화는 개봉 첫 주 입소문에 의한 관객 유입이 다른 장르에 비해 특히 강하게 작용하는 편입니다. 웃음이 빠진 코미디 영화의 흥행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히트맨2는 별 다섯 개 만점에 3점짜리 영화입니다. 평일 저녁에 머리를 비우고 보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1편보다 분명히 재미없고, 특히 전반부 한 시간은 킬링타임이라고 부르기에도 지루한 구간이 있었습니다. 굳이 보신다면 치킨이나 피자 같은 야식과 함께 틀어놓고 가볍게 흘려보내는 용도로는 적당합니다. 1편을 아직 못 보셨다면 히트맨1부터 넷플릭스에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적어도 1편은 중간중간 피식거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1편보다 재미없었다고 느낀 속편이 어떤 작품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