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54 신원 미상의 여자 리뷰 (누아르 분위기, 각본 실망, 원작 이식) 솔직히 말하면, 저는 분위기 좋은 포스터 하나에 완전히 낚였습니다. 바르셀로나 항구, 기억을 잃은 여자, 원작 베스트셀러 소설이라는 조합이 너무 그럴싸해서 공개 당일 바로 틀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도입부 20분이 이 영화의 전부였고, 나머지 시간은 점점 손이 핸드폰으로 가는 걸 막지 못했습니다. 넷플릭스 스페인 범죄 스릴러를 고르고 있다면, 제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누아르 분위기는 진짜였다, 딱 거기까지영화는 스페인 남부 알헤시라스에서 시작합니다. 담배를 맛있게 피우며 부패 경찰의 비리를 내부 감찰용 영상으로 촬영하는 여자 루시아의 등장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면 전체를 감도는 차갑고 음습한 색감, 그리고 바르셀로나 컨테이너 안에서 결박된 채 발견되는 신원 미상의 여자 장면까지, 도입부만큼.. 2026. 6. 12. 중간계 리뷰 (서사 부재, AI 비주얼, 시기상조) 넷플릭스에서 변요한, 김강우 이름을 보고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국내 최초 생성형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라는 타이틀도 꽤 매력적으로 들렸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20분도 안 돼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습니다. 60분짜리 러닝타임이 그나마 다행이었던 영화였습니다.서사 부재: 설정은 좋았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힌 사람들이 저승사자와 추격전을 벌인다는 설정,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꽤 당겼습니다. 필리핀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범죄 누아르에 오컬트 요소를 접목한다는 구성은 강윤성 감독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범죄도시 1편을 만든 감독이잖아요.그런데 막상 보니 내러티브(narrative), 그러니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서사적 구조 자체가 없었습니다. 인물들.. 2026. 6. 11. 대홍수 리뷰 (재난연출, 이모션엔진, 시뮬레이션) 재난 영화인 줄 알고 틀었다가 SF 감정공학 실험 이야기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그게 감탄이었을까요, 배신감이었을까요. 솔직히 저는 후자였습니다. 김다미, 박해수라는 조합에 기대를 걸고 봤는데,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이 배우들이 왜 이 각본을 선택했을까"였습니다.재난 연출, 실제로 보니 기대와 달랐습니다일반적으로 재난 블록버스터라고 하면 긴박한 상황 전개, 생존 본능이 자극되는 장면들, 숨이 막히는 타이밍의 연속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 대홍수의 초반부는 그 공식과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즉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 2026. 6. 11. 제8일의 밤 리뷰 (오컬트 데뷔작, 각본, 배우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에 꽤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이라는 배우 라인업에 불교 신화 기반 오컬트라는 설정, 예고편만 봤을 때는 정말이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거든요. 넷플릭스 공개 첫 주말에 조명까지 끄고 틀었습니다. 그리고 150분 뒤, 제가 내린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2점이었습니다.넷플릭스가 선택한 오컬트 데뷔작, 기대는 어디서 왔나제8일의 밤은 2021년 7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 동시 공개된 김태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오컬트(occult)란 초자연적 존재나 힘을 다루는 장르를 뜻하는데, 한국 오컬트 장르는 곡성(2016), 사바하(2019)를 거치며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입증한 바 있습니다. 그 흐름 위에 놓인 작품이었으니 기대가 생기는 건 당.. 2026. 6. 10. 베놈 리뷰(안티히어로, 심비오트, 톰 하디) 베놈을 악당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다가 예상 밖의 감정을 느낀 적 있으십니까? 저는 넷플릭스에서 베놈을 발견하자마자 틀었습니다. 오래된 마블 팬으로서 베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로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제가 알고 있던 베놈과는 꽤 달랐습니다. 무섭기만 한 괴물이 아니라, 묘하게 인간적인 면이 있는 캐릭터였습니다.안티히어로라는 틀, 베놈이 그 안에서 꺼낸 것안티히어로(Anti-hero)란 전통적인 영웅의 덕목, 즉 이타심이나 도덕적 순결함이 결여된 채로 주인공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착하지 않은데 주인공인 존재입니다. 일반적으로 안티히어로 영화는 주인공이 어둡고 냉소적인 색채를 유지해야 매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베놈은 그 공식을 살짝 비틀었습니다. 오.. 2026. 6. 10. 러브 앤 몬스터스 리뷰 (크리처 디자인, 세계관, 스토리) 야식 시켜놓고 별 생각 없이 틀었다가 어느새 치킨 식어가는 것도 모르고 끝까지 본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는 [러브 앤 몬스터스]가 딱 그랬습니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에 올랐다는 말 한 마디에 호기심이 동했고, 딜런 오브라이언 주연이라는 사실이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09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빠른 영화였습니다.크리처 디자인: 아카데미 후보가 납득되는 비주얼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란 문명 붕괴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르를 말합니다. 핵전쟁, 전염병, 자연재해 등이 주로 원인으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는 조금 다른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지구로 향하던 소행성을 화학물질로 막아냈더니, 그 부산물이 지구로 낙하하면서 변온동물과 곤충들이 거대 돌연변이로 변이해버린.. 2026. 6. 9.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