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감시자들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봤고, 얼마 전 OTT에서 다시 한번 봤습니다. 10년이 넘은 영화인데도 긴장감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놀랐습니다. 특히 두 번째 볼 때는 배우들 연기나 제작진의 디테일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제작 비하인드 이야기를 찾아보게 됐는데, 알고 보니 이 영화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만들어졌는지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진짜로 찍었습니다
「감시자들」의 제작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시민에게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는 대규모 로케이션 촬영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경찰의 도움을 많이 받아 강남, 이태원, 명동, 종로 등 사람 많다고 알려진 곳을 전부 실제 로케이션으로 소화해 냈고, 그 덕분에 영화는 한층 더 현실감 있는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어? 저기 내가 아는 강남인데?"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세트가 아니라 진짜 서울 거리가 나오니까 몰입감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나중에 비하인드 보고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알고 다시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첫 줄에 서울 시민과 경찰에 감사의 말을 전한 것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진심 어린 감사였습니다. 특히 강남의 한복판을 통제하고 멀쩡한 인도의 공사 현장을 만들거나, 명동의 주차장에서 실제 차를 폭발시키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영문을 알 리 없는 시민들이 신고를 많이 해서 다른 구역의 소방서까지 스무 대 가량의 소방차가 출동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작진은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를 영화의 무대로 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은행 탈취 장면을 위해 가로수길에 있는 기업은행 신사동 지점을 섭외한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크나이트에 필적할 만한 은행 탈취 장면을 만들고 싶었던 감독과 제작진은 세트보다는 실제 강남의 은행을 섭외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인맥을 총동원하여 지점장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정우성이 직접 가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 일화는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협조 속에서 완성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지하철 2호선 촬영 역시 특별했습니다. 동대문 역사 문화공원 역에서 승강장을 촬영하고, 지하철 내부는 세트를 제작해 촬영한 후 창밖은 CG를 입혔습니다. 달리는 지하철에서는 이런 장면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죠. 굳이 2호선을 선택한 건 서울을 계속 도는 순환선인 이유도 있지만, 강남 한복판에서 이루어질 다음 시퀀스와 동선을 맞추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세밀한 계획 속에서 「감시자들」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범죄 스릴러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 디테일이 진짜 대단했습니다
「감시자들」의 캐스팅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으로 가장 먼저 캐스팅된 건 한효주였는데, 이후 제작사 대표가 정우성에게 그냥 조언을 구하려고 시나리오를 보여줬다가 대사 없이 존재감 있는 빌런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본인이 하겠다고 자처했다고 합니다. 정우성의 이름 초성(ㅈ,ㅇ,ㅅ)을 따서 배역명을 제임스로 바꿨고, 설경구는 친한 동생인 정우성과 꼭 한번 작업해 보고 싶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무조건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한효주의 연기 디테일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손톱은 한효주 배우의 디테일한 설정이었고, 감시자이자 탐정이라 생각해서 렌즈를 착용해 강조했습니다. 먼지 많은 촬영장에서 렌즈를 오래 끼우고 있다 보니 눈이 충혈되면서 제임스를 만났을 때 피로와 분노가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표정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는 우연히 얻어걸린 컷이지만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저는 한효주 배우를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이 영화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확실히 넓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손톱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배우가 이 역할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느껴졌습니다.
액션 장면에서도 한효주는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습니다. 액션은 처음이라던 한효주 배우가 너무 잘하니까 허명행 무술 감독이 이에 고무되어 액션 합을 더 많이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상대 배우에게 얼굴에 손을 댄다는 설정을 추가한 것도 한효주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여자가 어떻게 남자 둘을 이길 수 있을까 고민했던 한효주는 항상 휴대하고 있는 아이폰이라는 신무기를 탄생시켰고, 이후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내일의 기억」, 「독전 2」, 드라마 「무빙」, 「트레드스톤」 등을 통해 액션 배우로 거듭나게 됩니다.
정우성의 제임스 캐릭터는 항상 가장 마지막에 움직이는 디테일로 표현되었습니다. 전철을 탈 때도 마지막으로 타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가장 마지막에 건너는 건 눈에 띄지 않으면서 항상 본인의 뒤를 확인하며 이동한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거의 옥상에서 내려다봐야 했던 정우성은 기록적으로 추운 날 촬영에 임했고, 와이어 타는 걸 좋아한다며 스스로 위험한 장면도 직접 소화했습니다. 설경구는 뿔테 안경도 그걸 쓴 사람도 싫어한다고 했지만, 클레이튼 프랭클린의 티타늄 소재 안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본인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나온 명장면들
「감시자들」의 많은 명장면들은 촬영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했습니다. 설경구가 감독에게 한효주 한번 놀라게 해 보자며 둘이서만 짜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혼자 뒤돌아간 장면에서 한효주의 깜짝 놀란 표정은 진짜 찐 리액션이었습니다. 이처럼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와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영화에 생동감을 더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촬영 에피소드는 명동 주차장 폭발 장면입니다. 관할 구역 소방서에 미리 신고하고 터트렸지만 영문을 알 리 없는 시민들이 신고를 많이 해서 다른 구역의 소방서까지 스무 대 가량의 소방차가 출동했고, 가뜩이나 사람 많은 명동에서 시민분들께 정말 죄송했을 상황이었습니다. 영화가 잘 돼서 다행이라는 제작진의 말은 그들이 얼마나 큰 부담 속에서 촬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쓰레기 더미 장면도 특별했습니다. 소품팀이 심혈을 기울여 며칠간 숙성시킨 진짜 쓰레기를 준비했고, 한효주는 실제로 열심히 하나하나 다 찾았다고 합니다. 진짜 쓰레기 더미에서 진짜로 찾으려고 애를 썼으니 이런 리얼함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설경구와 한효주의 표정이 그 불쾌함을 고스란히 담아냈고, 이는 관객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되었습니다.
계단 액션 장면은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으로 평가받습니다. 감독과 무술 감독은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신의 수평적인 액션과 「베를린」의 수직적인 액션을 합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액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원신 원 컷의 롱테이크로 후면에서 천장부가 올라갔다가 정면으로 내려온 후 360도 돌아버리는 말도 안 되는 카메라 동선을 만들어 냈습니다. 12번이나 반복해서 촬영한 후에 9번째 테이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계단 장면을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카메라 동선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떻게 찍었지?" 싶었거든요. 12번 반복 촬영에 9번째 컷이 선택됐다는 비하인드를 알고 나니, 그 한 장면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이태원 비 장면 촬영도 고생스러웠습니다. 추운 날 많은 이태원 거리를 통제하면서 비까지 뿌려가며 촬영하느라 상당히 고생했다고 하는데, 물을 뿌리면 바로 얼어서 염화칼슘 뿌려 녹이고 또 비를 뿌리며 촬영했습니다. 한효주가 얼어 있는 아스팔트 바닥을 진짜 내리쳤을 때는 감정에 몰입해서 손이 찢어져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연기했다고 합니다. 이런 배우들의 헌신과 제작진의 노력이 모여 감시자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감시자들에 별점 5점 만점에 4.5점을 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한 폭발이나 과장된 영웅 서사 없이도 긴장감 하나로 끝까지 끌고 가는 영화라는 게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비하인드까지 알고 나니 이 영화가 더 애정이 가더군요.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 번, 이미 보신 분이라면 비하인드를 알고 다시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분명 처음과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오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