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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래시 솔직 후기 (넷플릭스 상어 재난 영화, 별점 1.5점)

by 픽스패트 2026. 4. 29.

영화 스래시 공식 포스터 - 피비 다이네버, 휘트니 피크, 자이먼 혼수 주연의 2026년 넷플릭스 상어 재난 영화 메인 포스터

저는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찍은 작품은 일단 한 번씩 틀어보는 편입니다. 2026년 4월 공개된 스래시도 그래서 본 영화입니다. 태풍 해일과 상어를 조합한 재난 영화인데, 썸네일을 보고 별 기대 없이 클릭했다가 80분을 통째로 날린 뒤 솔직히 좀 아까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상어 영화가 이렇게 많은 이유

동물 재난 영화 하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극장에 풀리는 건 상어와 악어 같은 물속 포식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상어가 단연 1위입니다.

그 원점이 어디냐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5년작 죠스입니다. 죠스는 세계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작품입니다. 죠스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상어 영화는 쉼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장르의 뻔한 공식이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졌습니다.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스멀스멀 다가오는 지느러미, 첫 번째 희생자. 제가 스래시를 보면서 딱 이 순서 그대로 도입부가 흘러가는 걸 보고 '오늘도 예상대로구나' 싶었습니다. 죠스 이후 이 공식을 깬 작품이 손에 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은 상어 영화는 사실 손에 꼽힙니다. 1975년 스필버그의 죠스가 장르의 원점이고, 1999년 레니 할린의 딥 블루 씨가 유전자 조작 상어라는 설정으로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2017년 47미터는 좁은 케이지 안의 밀실 공포로, 2020년 언더 워터는 심해 배경이라는 설정으로 비교적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습니다. 스래시는 안타깝게도 이 네 작품 중 어디에도 가깝지 않습니다. 오히려 황당함으로 컬트적 인기를 얻은 샤크네이도와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으면서도, 샤크네이도처럼 자기 황당함을 즐기는 태도조차 갖추지 못한 어중간한 위치에 있습니다.

크롤과 비교하면 확실히 보인다

스래시와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작품은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의 크롤(2019)입니다. 허리케인으로 침수된 주택가에 갇힌 인물이 포식자의 위협을 받으며 생존을 모색한다는 이야기 구조가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크롤에는 상어 대신 악어가 등장합니다.

두 작품을 비교할 때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반쯤 침수된 주택가라는 무대에서는 사실 악어가 상어보다 훨씬 위협적입니다. 상어는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일시적으로나마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악어는 육지에서도 이동이 가능합니다. 영화적 긴장감의 밀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제가 직접 두 편을 연달아 봤는데, 크롤은 카야 스코델라리오라는 배우 한 명이 거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구조 덕분에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감정선이 촘촘하게 유지됩니다. 반면 스래시는 브리저튼에서 다프네 역으로 알려진 피비 다이네버, 휘트니 피크, 자이먼 혼수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도 러닝타임이 엔딩 크레딧 제외 80분에 불과합니다. 인물은 많은데 각자의 감정선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허전합니다.

크롤이 현재 쿠팡 플레이에 서비스 중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장르를 찾는 분이라면 스래시보다 크롤을 먼저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편은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 완성도의 격차가 꽤 크게 벌어진 사례입니다.

상어가 정작 할 일이 없다

스래시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어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대 위에 올려놓인 데 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는 인물들이 모두 물 밖으로 나와 있어서 상어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상어 영화인데 상어가 없는 시간이 그렇게 길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 결함입니다.

이 문제를 덮으려는 듯 영화는 후반부에 수위 상승을 통해 강제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허리케인 해일로 인해 십수 시간에 걸쳐 수위가 꾸준히 올라간다는 설정인데, 실제 폭풍 해일은 단시간에 급격히 올라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처럼 천천히 차오르는 묘사는 좀 어색했습니다.

제가 보면서 가장 황당했던 장면은 임산부인 리사가 물속에서 출산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출산 이후 사방에 피가 퍼지고 그 혈흔을 맡은 상어 떼가 달려드는 흐름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갓 출산한 직후 뾰족한 나무를 들고 상어를 역으로 찌르는 장면은 아무리 영화적 과장을 감안해도 선을 넘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실소가 터졌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황당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물속에 던져 상어를 처치하는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에 불을 붙인 다음 물속에 던졌는데 심지가 물 위에 둥둥 뜬 채 계속 타오르는 장면은 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상어들이 산산조각 나는 결말을 위한 장치이니, 따지는 게 이상한 영화인 건 맞습니다.

백상아리가 조연이 된 영화

스래시에 등장하는 상어는 황소상어입니다. 얕은 해안과 민물까지 침투하는 적응력으로 알려진 종인데, 인간에 대한 공격 사례가 상어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 점은 설정으로서 꽤 적절합니다. 침수된 주택가라는 배경에 황소상어를 배치한 건 장르 문법을 아는 사람이 만든 선택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백상아리도 등장시킵니다. 처음 백상아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저는 당연히 최종 보스가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백상아리는 쥐라기 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 편에 서서 황소상어 떼를 처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전개인데, 문제는 왜 그 타이밍에 그 행동을 하는지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영화에 개연성을 따지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다만 상어 영화에 관심이 생기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완전히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해양생물학자들은 상어가 인간을 먹이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공격은 호기심에 의한 탐색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스래시의 상어들이 주저 없이 달려드는 묘사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스래시는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공식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황소상어와 백상아리라는 소재를 갖고도 서스펜스를 쌓는 방식이 너무 단조로웠고, CG 합성 품질도 물보라와 혈액 묘사에서 어색함이 눈에 띄게 드러났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별로 위급해 보이지 않는 배우들의 감정 표현 역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저는 스래시에 별점 5점 만점에 1.5점을 드리고 싶습니다. 8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그나마 위안일 정도였습니다. 비슷한 장르를 찾으신다면 스래시 대신 크롤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침수 재난 영화인데 완성도 차이가 정말 큽니다. 다만 임산부 출산 장면 같은 황당한 컷을 한 번씩 즐기는 재미를 찾는 분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80분 정도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상어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어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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