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4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뷰 (다케우치 유코, 판타지 로맨스, 시한부 사랑) 슬픈 영화를 보면서 일부러 울고 싶다는 사람, 저만 그런 게 아니죠? 비 오는 날 저녁, 저는 넷플릭스에서 2004년작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다시 틀었습니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영화를 또 보는 이유가 뭔지 스스로도 의아했는데, 다 보고 나서 베개가 흠뻑 젖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최루성 멜로가 아닙니다.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아내 — 다케우치 유코의 연기에 대하여이 영화에서 가장 논쟁적인 질문은 사실 설정 자체에서 시작됩니다. "죽은 아내가 기억을 잃고 돌아온다"는 전제를 두고, 판타지적 장치가 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 판타지가 억지스럽게 느껴지.. 2026. 3. 16. 그린북 리뷰 (배우 연기, 인종차별, 로드무비)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몇 년을 흘려보낸 영화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린북이 딱 그런 작품이었는데, '인종차별 영화'라는 선입견이 어딘가 무겁게 느껴져서 계속 미뤄뒀거든요. 결국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발견하고 주말 저녁에 조용히 틀었습니다. 아카데미 3관왕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한 영화였습니다.배우 연기: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영화도 없다그린북을 끝까지 붙잡아 두는 힘은 결국 두 배우의 연기 합이었습니다. 비고 모텐슨이 연기한 토니 발레롱가는 1962년 뉴욕을 배경으로, 말빨과 주먹 하나로 클럽 웨이터 일을 하는 이탈리아계 백인입니다. 캐릭터 자체가 거칠고 능글맞은 인물인데, 비고 모텐슨이 그 투박함을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해서 처음엔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 2026. 3. 16. 전지적 독자 시점 리뷰 (캐릭터성, CG 품질, 원작 각색) 원작 팬이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불안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싱숑 작가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중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읽어온 열혈팬입니다. 2025년 7월 개봉한 김병우 감독의 [전지적 독자 시점]을 보고 난 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말이 이렇게 뼈저리게 와닿은 적이 없었습니다.지하철 첫 장면, 그리고 기대가 무너지기까지개봉 당시 극장에 달려가지 못하고 넷플릭스에 올라온 뒤에야 떨리는 마음으로 틀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워낙 깊으니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버티기 힘들 거라는 예감이 있었거든요.도입부의 지하철 시퀀스는 그래도 볼 만했습니다. 8,612 행성계의 신들이 시나리오(Scen.. 2026. 3. 15. 파묘 리뷰 (김고은의 굿 연기, 항일 코드, 후반부 논란) 공포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사람이 134분짜리 오컬트 영화를 거실 불 끄고 헤드폰 끼고 끝까지 봤다면, 그 영화는 뭔가 특별한 겁니다. 2024년 개봉해 한국 영화 역대 32번째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를 넷플릭스에서 뒤늦게 봤는데, 최민식·김고은·유해진이 한 화면에 모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납득되는 완성도였습니다.김고은의 굿 연기, 이건 연기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제가 가장 기대했던 건 최민식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남은 건 김고은의 살풀이굿 시퀀스였습니다. 빗속에서 칼을 쥐고 깃발을 흔들며 사방을 뛰어다니는 그 장면에서, 화면 속 인물이 배우 김고은인지 실제 무당인지 순간 구분이 안 됐습니다.. 2026. 3. 15. 영화 탈주 솔직 후기 (추격 스릴러, 자유와 선택, 이제훈 구교환 연기) 이제훈이 나오는 영화는 웬만하면 챙겨보는 편입니다. 거기에 구교환까지 붙었다는 말을 듣고 개봉 주말에 바로 예매했습니다. 탈북이라는 소재가 무겁게 느껴져서 살짝 고민했는데, 막상 앉으니 러닝타임 내내 자리를 못 뜨겠더군요. 끝나고 나서도 "내가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질문이 한참 남았습니다.끝까지 숨 쉴 틈을 안 줬습니다영화 탈주는 순도 99.9% 추격전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이종필 감독은 추격을 위한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불필요한 서사나 감정선을 과감히 제거하고, 오직 도망치는 규남과 쫓는 현상의 대결에 집중했습니다. 10년째 군복무 중인 규남은 탈주를 위해 조금씩 준비해 온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보위부 소좌 리현상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합니다.영화는 빠른 속도감으로 .. 2026. 3. 14. 전란 리뷰 (도입부, 연기, 결말해석)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강동원·박정민·차승원·정성일이 한자리에 모인 사극 영화 《전,란》이 202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된 날, 저는 거실 조명을 다 끄고 넷플릭스를 틀었습니다. 평소 사극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도 캐스팅 하나만으로 무조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작품이었습니다.도입부: 첫 30분이 이 영화의 전부였습니다직접 겪어보니 《전,란》의 진짜 강점은 도입부에 있었습니다. 천영이 병조참판 댁 노비로 끌려가는 과정을 판소리(板索里)로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판소리란 한 명의 소리꾼이 긴 이야기를 음악과 연기로 풀어내는 한국 전통 공연 예술을 뜻합니다. 사극 영상 위에 판소리가 깔리는 조합이 그렇게 잘 맞을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2026. 3. 14. 이전 1 ···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