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4 봄날은 간다 리뷰 (일상성, 프로와 아마추어, 사랑의 생로병사) 비 오는 주말 저녁, 딱히 볼 게 없어서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2001년 작품을 틀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처음 봤습니다. 이영애, 유지태 주연에 한국 멜로 영화의 고전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어서 오래전부터 궁금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별점을 어떻게 줘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일상성, 이 영화가 지금도 살아있는 이유허진호 감독이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했을 때 평단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가 일상성(日常性)이었습니다. 일상성이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치 없이, 평범한 하루하루의 질감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연출 방식을 뜻합니다. [봄날은 간다]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사운드 엔지니어(sound engineer)라는 직업 설정이 그 핵심입니다. 사운드 엔지니어.. 2026. 3. 30. 광해 왕이 된 남자 리뷰 (이병헌 1인 2역, 대동법, 도부장) 왕이 광대보다 못한 정치를 한다면, 진짜 왕은 누구일까요? 이 질문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2012년 개봉한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넷플릭스에서 주말 밤에 틀었다가, 131분이 어느새 끝나 있었고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사극이라 생각했다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작품입니다.이병헌의 1인 2역, 아니 사실상 1인 3역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이병헌의 1인 2역 영화"로 기억하는데, 저는 그 표현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1인 3역입니다. 광해군, 천민 광대 하선, 그리고 광해군인 척 연기하는 하선. 이 세 층위가 한 배우의 몸 안에서 동시에 움직입니다.연기론(演技論)에서 흔히 말하는 레이어드 퍼포먼스(Layered Performance), 즉 역할.. 2026. 3. 25. 영화 피키 블라인더스 리뷰 (킬리언 머피, 배리 키오건, 아쉬운 영화) 드라마를 끝까지 본 사람만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시즌 1과 6만 보고 나머지는 나무위키로 채운 채 이 영화를 봤는데, 오히려 그 상태에서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2026년 3월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피키 블라인더스: 불멸의 남자》, 킬리언 머피가 오펜하이머 이후 처음으로 다시 쓴 면도날 모자 이야기입니다.킬리언 머피, 그리고 '불멸'이라는 제목의 역설부제가 '불멸의 남자'라는 걸 처음 봤을 때 저는 오히려 이게 죽음을 암시한다고 읽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불멸이 될 수 없습니다. 죽어야 비로소 불멸이 되는 것이니까요. 갱스터 장르(Gangster Genre)란 범죄 조직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는 서사 장르로, 이 장르에서 두목 캐릭터는 반드시 몰락하거나 죽어야 .. 2026. 3. 23. 올빼미 리뷰 (주맹증, 소현세자, 유해진)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놓친 것을 꽤 오래 후회했습니다. 2022년 11월에 개봉해 332만 관객을 동원했고, 실관람객 평점이 8.71에 달했던 영화인데도 "나중에 보지 뭐"를 반복하다 결국 넷플릭스에서 주말 밤에 혼자 틀게 됐습니다. 류준열과 유해진이라는 조합, 그리고 주맹증(晝盲症)이라는 낯선 소재가 제 호기심을 건드렸고, 결론은 이 정도면 극장에서 봤어야 했다는 진한 아쉬움이었습니다.주맹증이라는 소재, 이게 단순한 설정이 아니었습니다여러분은 낮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만 세상이 보이는 병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주맹증(晝盲症)이란 밝은 환경에서는 시력을 잃고 어두운 곳에서만 시각 기능이 회복되는 희귀 시각 질환입니다. 야행성 동물인 올빼미의 눈과 닮았다고 해서 영.. 2026. 3. 23. 언힐러 리뷰 (설정, 초능력, 복수극) 왕따 소년이 초자연적 능력을 얻어 괴롭히던 이들에게 복수한다. 2020년 제작, 마틴 귀귀 감독의 SF 호러 영화 언힐러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솔직히 이 한 줄만 보고 클릭했습니다. 넷플릭스 뒤적이다가 설명 한 줄에 그냥 한번 보자 싶었던 건데,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와 실망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린 영화였습니다.설정: 아메리카 원주민 부두술과 왕따 소년의 만남영화의 배경 설정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플루거라는 목사가 아메리카 원주민 성지에 몰래 침입해 신비한 치유 능력을 훔쳐 사용하다가, 의식 도중 사고로 사망하면서 그 능력이 왕따 소년 켈리에게 통째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영화가 활용하는 소재가 바로 부두이즘(Voodooism), 즉 아프리카계 카리브해 신앙에서 비롯된 주술 전통입니다.. 2026. 3. 20. 발레리나 리뷰 (세계관 확장, 액션 연출, 스토리 한계) 존 윅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도 그 세계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경험, 혹시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극장에서 발레리나를 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30분만 버티면 그 이후는 액션 영화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존 윅 세계관 확장, 어디까지 왔나라이언스 게이트가 존 윅 시리즈로 재미를 본 이후 이 암살자들의 세계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지켜봤던 분들이라면 발레리나라는 스핀오프(Spin-off) 소식에 반응이 엇갈렸을 겁니다. 스핀오프란 기존 시리즈의 세계관을 공유하되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생 작품을 뜻합니다. 드라마 컨티넨탈에 이어 이번엔 아예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처음엔 .. 2026. 3. 20.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