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피키 블라인더스를 시즌 1부터 정주행 한 팬입니다. 토미 셸비가 처음 말을 타고 등장한 그 장면부터 시즌 6까지 함께해 온 시간이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끝을 보고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끝나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영화가 공개된 날 밤늦게까지 잠을 미루고 끝까지 봤습니다.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침대에 앉아만 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시리즈 팬에게 어떤 작품이었는지 풀어보겠습니다.
6년 만에 만난 토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토마스 셸비는 시즌 6 이후 1934년부터 1940년까지 6년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사촌 마이클을 죽이고 불치병에 속아 혼자 떠났던 순간이었습니다. 로마니 마차가 불타는 장면은 그의 옛 삶의 죽음을 상징했지만, 영화 속에서 다시 등장하는 불타는 마차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새로운 삶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시즌 6 마지막을 떠올리며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시리즈 팬이라면 이 마차가 어떤 의미인지 단숨에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같은 마차, 같은 불꽃인데 그 의미가 정반대로 뒤집히는 연출이 정말 정교했습니다.
영화 속 토미는 스몰 히스의 집에 틀어박혀 회고록을 쓰며 고독 속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의 집은 엉망진창이고, 그는 죽은 딸 루비와 1938년 2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형 아서의 유령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진실은 더욱 참혹합니다. 아서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토미가 술에 취한 채 격분한 상태에서 직접 살해한 것입니다. 그는 심지어 형을 살릴 기회도 있었지만 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고 에이다의 시신 앞에서 고백합니다.
이러한 죄책감이 토미를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킨 핵심 요인입니다. 킬리언 머피는 닳고 닳은 영혼의 피로감과 떨리는 눈빛 속에 감춰진 맹렬한 분노를 오가는 연기로 토미의 내면을 압도적으로 표현합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스스로를 유배시킨 그의 모습은 폭력으로 쌓아 올린 제국이 결국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묵직하게 조명하며, 단순한 갱스터 영화 이상의 철학적 깊이를 획득합니다. 한때 버밍엄을 지배했던 '불멸의 남자'는 이제 자신의 과거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저는 킬리언 머피의 연기를 보면서 시즌 1의 그 자신만만하던 토미가 어떻게 이렇게 변했는지가 화면에 다 담겨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같은 배우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더군요. 10년 넘게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셸비 가문의 새 얼굴, 듀크가 등장합니다
토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사생아 아들 듀크 셸비가 피키 블라인더스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듀크는 토미가 제1차 세계대전에 나가기 전 만났던 여성 젤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아버지 못지않게 폭력적이라는 평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에게는 도덕적 나침반도,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없으며,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나치와도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나에게 관심 없어. 그리고 나도 세상에 관심 없어." 이 대사는 듀크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냅니다. 이 모든 것은 아버지 없이 자란 버려짐의 결과입니다. 토미와 재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계속해서 시골에 틀어박혀 그를 버립니다. 이러한 듀크의 도덕적 공백은 영국의 파시스트 존 베켓에게 이상적인 협력자가 되게 만듭니다.
존 베켓은 오스왈드 모슬리의 영국 파시스트 연합에 가입한 동명의 실제 영국 정치인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로, 베른하르트 작전을 통해 작센하우젠 강제 수용소에서 위조된 영국 지폐를 영국 은행 시스템에 퍼부어 경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자신을 악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유혈 사태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그 계획이 잉글랜드의 항복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의도적으로 빼놓았지만, 독일 거물들과의 연줄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합니다.
듀크는 존 베켓의 도움으로 영국 전역에 위조지폐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지만, 그의 이모이자 팔머 집시의 여왕인 칼로의 등장으로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칼로는 젤다의 쌍둥이 자매로 듀크가 악한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토미가 평화를 찾도록 돕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진짜 의도는 듀크를 집시 왕, 즉 롬 바로로 만드는 것이며, "함께라면 우리는 통치할 수 있어"라는 그녀의 말은 자비롭지 않은 야심을 암시합니다. 배리 키오건이 연기한 듀크는 셸비 가문의 새로운 후계자로서 특유의 서늘함과 존재감을 뿜어내며 세대교체의 서사를 훌륭하게 이어받습니다.
저는 배리 키오건이라는 배우를 사트번 등 다른 작품에서 봤을 때부터 주목하고 있었는데, 듀크 역할은 그를 위해 만들어진 자리 같았습니다. 토미와 마주 앉을 때 분위기가 똑같이 서늘한데도 결이 다른 그 감각, 이 시리즈의 새로운 시즌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슬쩍 갖게 됐습니다.
마지막 작전, 그리고 토미의 선택
영화는 1940년 버밍엄 스몰 히스의 소규모 무기 공장이 독일군의 폭격을 받아 탄약 노동자 53명이 사망하는 실제 역사적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가 그들에게 헌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억지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방공호로 피할 수도 있었지만, 전쟁에 쓰일 탄약을 만들기 위해 남기로 결정한 영웅들입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은둔하던 토미를 다시 진흙탕으로 끌어냅니다. 여동생이자 국회의원이 된 에이다는 어려운 시기에 토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빠를 설득하러 옵니다. 토미는 칼로와 대면하며 손금을 봐달라는 거짓 구실로 그녀의 의도가 악의적임을 간파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로마어로 검은 새를 의미하며, 폴리 이모가 항상 경고했듯이 검은 새가 집에 들어오면 곧 죽음이 닥칠 것입니다.
영화 후반부의 작전 시퀀스는 시리즈 팬으로서 정말 손에 땀을 쥐고 봤습니다. 토미가 다시 진흙탕으로 끌려 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그가 평생 짊어진 트라우마와의 마지막 대면처럼 느껴졌습니다.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는 직접 보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시리즈를 처음부터 따라온 팬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분명히 한참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게 되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10년의 여정이 그렇게 마무리되는 순간이, 묵직하면서도 어딘가 우아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 별점 5점 만점에 4.5점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보지 않은 분에게는 다소 무겁고 낯설 수 있지만, 시즌 1부터 함께해온 팬이라면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10년의 마침표입니다. 저는 다 보고 나서 시즌 1을 처음 봤던 그 밤이 떠올랐고, 한참 동안 토미라는 인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팬이시라면 저처럼 꼭 보시길 권합니다. 단, 가능하면 시즌 6까지 다시 정주행 하고 보시는 게 감동이 배가됩니다.